공예 솜씨자랑
잔상 시리즈 : 둥근 잔상
이민정
2021-08-1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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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은 것을 모으고 쌓고 엮어서 크게 구조물로 만드는 방식은, 아주 어릴 때부터 구슬 꿰기, 바느질, 뜨개질, 수놓기 등등을 너무나 좋아했던 제 본래 성질 중 하나일 것입니다. 이번 작업 [잔상 시리즈 : 둥근 잔상]는 1600개의 자개를 엮어 2m 크기의 리어 스크린을 만들고, 이 위에 미디어 아트를 프로젝터로 투사해보는 프로젝트였습니다. 코로나 4단계의 연장으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던 저는, 합주실의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는 대형 오브제를 제작하고 싶었습니다. 저는 최근에 '남겨진 것'에 대한 의미를 탐구해왔고, 이를 자개를 엮어 잔상을 보여줄 수 있는 스크린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.
이 자개 스크린은 남겨진 것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연관된 재료를 탐구하던 중, 흰색의 둥근 자개를 발견했습니다.
자연으로 오롯이 돌아갈 수 있는 재료인 자개 또한 조개의 뼈이자 조개로부터 '남겨진 것'이기에, 저는 이 작은 조각을 모아 커다란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.
기억들은 둥글게 남아 현재의 우리를 만들어 냅니다. 그런 기억들은 과거에서 지금으로 불려와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이곤 합니다. 실이 한 올 한 올 엮여 아름다운 비단을 만들어 내듯이 우리들의 중구난방한 기억을 잘 엮어낼 수 있다면, 이는 훗날 좋은 이야기들로 거듭날 것입니다. <둥근 잔상>또한 수천 개의 자개들은 하나씩 엮어 바람에 휘날릴 수 있도록 유기적 가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. 그 위에는 일상 속 잔상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하여 위에 프로젝터로 투사하였습니다.
결국 제가 [둥근 잔상]을 통해 말라려고 하는 바로 이것입니다.
"표정, 주름, 습관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감정과 기억들처럼, 과거의 수많은 경험으로부터 우리 안과 밖에 남겨진 것들은 다양합니다. 결국 우리 안에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요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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